보험사에서 의료자문을 요청하는 순간, 피해자들은 복잡한 심경에 빠집니다. '내 건강 상태를 왜 제3자에게 알려야 하지?'라는 의문부터 '거부하면 불이익 있을까?'라는 걱정까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사실들을 하나씩 파헤쳐봅니다.
의료자문의 숨은 목적 파악하기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과다 청구 방지'에 있습니다. 피해자가 제출한 진단서와 치료 기록을 제3자 전문의가 재검토해, 실제 사고와 상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죠. 예를 들어 목 디스크 증상이 사고 전부터 있었던 것인지, 사고로 인해 새로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진행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보험사가 피해자의 치료 기간을 축소하거나 후유장해 등급을 낮추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적 근거 없는 강제력의 한계
의료법 제23조에 따르면 환자는 진료 기록 열람 권한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는 의료기관의 협조 의무를 규정한 것이지, 제3자에게 정보 제공을 강제하는 조항은 아닙니다. 즉,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직접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병원에서 진료 정보를 제공하지 않죠. 따라서 의료자문 요청 자체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거부 시 발생하는 실제 영향
의료자문을 거부한다고 해서 즉시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험사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보상 처리 속도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2023년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의료자문 거부 사례 중 68%에서 합의 기간이 3개월 이상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나아가 보험사가 피해자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소액 일괄 합의를 강요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현명한 거부 방법과 대체 수단
전문가들은 완전한 거부보다는 '조건부 수용'을 권장합니다. "의료자문에 동의하되, 해당 의사가 병원에 직접 방문해 담당 의사와 면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거죠. 혹은 대한의사협회 중재위원회를 통해 제3자 감정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좀 더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질환이 있거나 사고 전 건강 상태가 복잡한 경우 이 방법이 유리합니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진실
많은 피해자들이 '의료자문 거부 시 보험사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은 개인 신용정보가 아닌 사고 이력만을 기록합니다. 의료자문 거부 자체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죠. 단, 동일 사고에 대해 반복적으로 협조를 거부하면 향후 소송 과정에서 '협력의무 위반'으로 간주되어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소송 시 의료자문 거부의 역효과
법원은 의료자문 거부 행위를 '증거 은닉'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44조에 따라 당사자가 증거 제출을 거부하면 상대방 주장을 진실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2022년 서울중앙지법 판례에서는 피해자가 3차례에 걸친 의료자문 요구를 모두 거부하자, 보험사가 주장한 치료비의 70%만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회피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보험사와의 협상 전략 세우기
의료자문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3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자문의사의 전문성(해당 과목 전문의 자격 여부). 둘째, 검토 대상 자료 범위(사고 전 병력까지 요구하지 않는지). 셋째, 결과 통보 시한(14일 이내 서면 약속). 이 조건들이 명시된 각서를 받은 후에만 협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만약 보험사가 이를 거부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른 목적 한정 원칙 위반"이라고 경고하며 대화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자문 거부는 단기적으론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론 리스크가 따릅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신뢰할 수 있는 손해사정사와 함께 보험사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입니다. 사고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를 동반하면 불필요한 의료자문 요청을 차단하면서도 합리적인 보상금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기억해야 할 핵심은 '의료자문이 권리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냉정히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