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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는 임금인가, 회사의 선의인가? 법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by 십원재테크 202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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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기업 사원의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급 200만 원 + 식대 30만 원이 찍혀 있다. 회사는 “식대는 복지 혜택”이라 주장하지만, 직원은 “이건 내 임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이 논란의 핵심은 ‘식대’의 법적 성격에 있다.


법률의 침묵: 근로기준법은 식대를 언급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조는 임금을 _"근로의 대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모든 금품"_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식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법원 판례와 노동부 해석이 갈린다.

  • 대법원 2018 판결: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식대는 임금에 포함”
  • 노동부 2023 해석: “실비 변상성 식대는 임금 제외”

즉, 회사가 매월 30만 원을 조건 없이 지급하면 임금으로 인정되지만, 직원이 영수증을 제출해야 받는 식대는 비임금으로 처리된다.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이 ‘암묵적 조건’을 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각하면 식대 삭감” 같은 규칙을 적용해 사실상 임금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


최저임금 계산에서의 함정: 식대가 오히려 독이 된다

2024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월 209시간 근무 시 2,060,740원이 최소 보장되어야 한다. 만약 기본급 180만 원 + 식대 30만 원이라면, 겉보기엔 210만 원으로 충족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노동부는 식대를 임금에서 제외할 경우, 기본급이 최저임금 미달이 되어 처벌할 수 있다.

실제 2022년 한 패스트푸드점은 직원들에게 월 20만 원의 식권을 지급하며 “이것이 임금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감독 결과, 식권을 현금으로 대체할 수 없고 특정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임금 인정 거부됐다. 해당 사업주는 1,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중소기업의 변명: “생존이 먼저다”

한 중소제조업체 대표는 “월 300만 원짜리 식대 포장지가 직원들에게는 30만 원으로 계산된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으로 식대를 임금화하지 않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2023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8%가 식대를 비임금 항목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차별로 이어진다. 대기업은 식대를 복지로 제공하며 세제 혜택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은 임금 포장으로만 사용한다. 노동자는 최저임금 보장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법 개정 가능성: 정치권의 움직임

2024년 3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식대 임금 포함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1. 월 10만 원 이상 식대는 무조건 임금 포함
  2. 식대 미지급 시 사용자에게 과태료 부과

하지만 이 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경제계는 “중소기업 경영 악화”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의 전략: 어떻게 증거를 확보할까

식대가 임금으로 인정받으려면 증빙 서류가 필수다.

  • 급여명세서: 식대가 별도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
  • 근로계약서: “식대 00만 원 지급”이라는 문구 포함 여부
  • 회사 내규: 식대 지급 조건이 명시된 문서 수집

만약 회사가 식대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면, 임금 성격이 강하다. 반면 식권이나 법인카드라면 실비 변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질문: 식대는 복지가 되어야 하는가

일본과 독일은 식대를 비과세 복지로 인정하며, 기업의 70% 이상이 직원 식사 지원을 한다. 한국도 2025년부터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 검토 중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노동자 복지를 향상시키는 양날의 검이다.


식대, 이대로 괜찮은가?
식대 논란은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의 존엄성기업의 생존이 맞부딪치는 지점이다. 법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노동자는 증거를 챙기고, 사용자는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 사이에서 정책 입안자는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