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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3개월 차, 나는 매일같이 뇌동매매의 늪에 빠져 허덕였다. 오전 9시가 되면 마치 전투에 나서듯 스마트폰을 붙들고, 호가창의 숫자들이 춤추는 것을 지켜보며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급등하는 종목을 보고는 "지금 안 사면 기회를 놓친다"는 생각에 눌려 매수 버튼을 눌렀고, 조금이라도 하락하면 "이대로 계속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공포에 매도했다. 결과는 항상 같았다. -10%, -15%, -20%—계좌 잔고는 줄어들었고, 스트레스만 쌓여 갔다.


1. 뇌동매매의 본질: 욕심과 두려움의 악순환

뇌동매매는 단순히 '계획 없이 매매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심리적 트리거가 숨어 있다.

  • FOMO(Fear of Missing Out): "지금 사지 않으면 오를 텐데"라는 불안
  • 손실 회피 편향: "조금만 오르면 팔겠다"는 미뤄두기
  • 과잉 자신감: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맹목적 믿음

나는 이 세 가지 감정에 사로잡혀 매일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특히 급등주가 등장하면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그 종목을 사지 못했을 때의 후회가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종목들은 대부분 한 차례 급등 후 급락하는 패턴이었다.

내 경험
지난달, 한 바이오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눈에 띄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못 산 아쉬움에 시가 15% 상승 구간에서 질러 매수했다.
결과? 장 종료 때까지 -20%—그날의 교훈은 "급등주의 뒤에는 덫이 있다"였다.


2. 기준 세우기: 나만의 매매 매뉴얼 만들기

뇌동매매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구체적인 규칙이 필요했다. 단호하게 결심하고, 다음 원칙을 세웠다.

원칙 1: 매수 조건 3가지

  1. 거래대금 500억 이상 (유동성 부족 종목 피하기)
  2. 5일 연속 상승하지 않은 종목 (급등 후 조정 가능성 고려)
  3. 뉴스 재료 + 실적 개선 (단순 소문이 아닌 근거 있는 호재)

원칙 2: 매매 타이밍 4단계

  1. 첫 매수: 전일 고점 돌파 시 (5분 봉 기준)
  2. 추가 매수: 20일 이동평선 지지 확인 시 (1시간 봉)
  3. 손절: -3% 고정 (유연성 없이 즉시 실행)
  4. 익절: 5% 수익 시 50% 매도, 10% 시 나머지 50%

원칙 3: 하루 최대 2종목만

관심종목을 10개 이상 등록해 놓으면 집중력이 분산된다.
2개만 선택해 깊게 분석하기로 했다.

이 규칙들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오늘의 조건에 맞는 종목이 있는가?", "어제 매수한 종목은 원칙에 따라 처분했는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습관을 만들었다.


3. 감정 다스리기: 작은 수익이 큰 승리의 시작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감정 조절이 핵심이었다.

  • 급등장: 주변에서 수익 자랑이 넘쳐날 때
  • 잔손질 욕구: 매수 후 오르지 않으면 "조금만 더 사볼까?" 하는 유혹
  • 손절 회피: "-3%가 되기 전에 반등할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

이를 극복하기 위해 "1만원 수익 법칙"을 적용했다. 하루에 1만원만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 의외로 이 작은 목표가 마음의 여유를 줬다. 1만원을 넘기면 그날은 매매를 중단하고, 차트 복기에 시간을 할애했다.


4. 검증된 전략: 뇌동매매를 막는 3가지 툴

(1) 매매일지: 나를 돌아보는 거울

매매 후 즉시 다음 항목을 기록했다.

  • 매수 이유: "호재 때문? 차트 패턴 때문?"
  • 감정 상태: "불안했는가, 확신했는가?"
  • 결과 분석: "원칙을 지켰는가?"

이를 통해 반복되는 실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오후 2시 이후엔 피로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빈번했음을 알게 됐다.

(2) 알람 설정: 손절각을 기계적으로 실행

주문과 동시에 손절가를 미리 입력해 놓고, 모바일 알림을 설정했다. 손실이 발생하면 "이건 내 전략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3) 시뮬레이션 매매: 가상으로 경험 쌓기

실전 투자 전, 모의 투자로 2주간 연습했다. 원칙을 적용해 보니, 10번 중 6번은 수익이 났다. 이는 실제 투자에서의 심리적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5. 전환점: 원칙이 주는 힘

지난주, 한 철강주가 정부 지원책 뉴스와 함께 급등했다. 전날 세운 원칙대로 거래대금 800억5분 봉 돌파를 확인한 후 1차 매수했다. 주가는 3%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순매도가 늘며 하락 반전됐다. 손절각인 -3%에 도달하자, 심장이 멎을 듯했지만 미리 입력해 둔 매도 주문이 실행됐다. 그날의 손실은 -3%로 마감됐고, 다음 날 그 종목은 -10% 추가 하락했다.

이 경험은 원칙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만약 감정에 휘둘려 손절을 미뤘다면, 더 큰 피해를 봤을 것이다.


마지막 조언: 뇌동매매는 연습으로 극복된다

뇌동매매에서 벗어나는 길은 꾸준함이다. 처음에는 원칙을 지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1개월,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습관이 된다. 매매일지에 쓴 한 줄이 나중에는 투자의 지도가 될 것이다.

"오늘의 작은 절제가
내일의 큰 수익을 만듭니다."